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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들은 은퇴했다.

KYOOSANG 2007. 1. 31. 23:56
 

1996년 1월 31일!!!


벌써 11년이 지났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규상이와 그 비싼 정상학원을 다니던 시기였다
.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때까지도 절친하다고 말하기엔 조금 어색하던 규상이와 서서히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되어가던 시기였던것 같다.)
처음으로 이성에게 관심을 가졌던 때다. 같은 학원버스를 타고 다니던 여자아이를
규상이와 소근대며 흠모했었다.
아무튼 그날 그 시대 최고의 10대들의 우상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은퇴했다.

당연히 나는 흥미롭게 그들의 은퇴선언 기자회견을 시청했고, 나름 그들이 떠난
가요계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며,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남들이 다 듣길래 나도 들었고, 괜찮다고 하길래 괜찮다고 생각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0대의 우상이라고 하길래, 그런줄 알았다.

그땐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1등하면 진짜 대한민국 1등인줄 철썩같이 믿던 때였다.


그렇지만...

내가 수동적인 사고방식에서 능동적인 사고로 전화하던 시기이기도 했으며...

사알짝 머리가 좀 컸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주의 진리를 찾는답시고, 친구 녀석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워하던 때였다.
다 컸으니 이제 그만 커도 되지 않을까 머리를 쓰담으며
슬슬 겁대가리를 상실해가던 때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2년 4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머니가 하시던 학원을 같이 다니던 친구 한녀석이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외우려 안간힘을 쓰던 모습이 재밌어 보였다.

그때 그친구가 쉴새없이 중얼거리던건 노래가사였고, 그 노래는 서태지와 아이들‘난 알아요’ 였다.

더듬어 보니 기억이 났다. 얼마전 보았던 방송 프로그램에(신인가수 소개하고 점수 매겨서 음반의 성공여부를 가늠해보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출연했었고, 사상 최악의 점수를 받아 씁쓸하게 퇴장하던 모습이 안쓰러웠었다.
그 당시 심사위원들은 지금의 서태지를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확실히 그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은 대단했다.

돈없던 10대로 하여금 부모님 주머니를 몰래 털어 음반을 사게 만들었으니...


그들로 인해 시대는 변했다.

가요계의 시대 구분은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로 나뉘게 된다.

그들은 역사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준을 한번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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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1집(1992)

워낙 유명해서 질려버린 '난 알아요'와

'환상속의 그대' 두곡을 제외하더라도
명곡 투성이다.

'내 모든것'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이제는'
'이밤이 깊어가지만'
등등 도대체가 안좋은 곡이 어딨는가?

거기에 AC/DC의 명곡 back in black을
리메이크한 '락앤롤 댄스'
그러고보면 서태지가 시나위 출신이었다는 것을 제외하고 라도 음악적 뿌리가 락에 있음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그때는 당연히 몰랐지만) '난 알아요'가 '밀리 바닐라'의 'girl you know it`s true'와 완전 똑같다는 것을 알았을땐 그 충격!!!  뭐 서태지가 똑같은 샘플러를갔다 썼을뿐이라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똑같은 샘플러를 쓰는건 표절이 아니라더군.)
서태지가 천재라고 확고히 믿던 나의 믿음은 깨어지기 시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2집(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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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가'
당시에 역시 서태지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게 만든 곡이다.
댄스음악에 태평소 소리가 그리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지만 역시 여기저기서 들리는 표절
의혹!!!
별로 알고 싶지도 알지도 못하지만...
남의 곡을 가로챘다는 풍문을 접했을때
의 그 씁쓸함.


그렇지만...
'우리들만의 추억', '마지막 축제'  
'죽음의 늪', '수시아', '너에게' 등으로 최초의 더블 밀리언셀러(200만장) 의 판매고를
올렸다. 역시 지금 들어도 주옥같은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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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3집(1994)
역대 평론가들로부터 서태지 아이들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3집!!!
나 역시 이음반이 최고라 생각한다.
'발해를 꿈꾸며'
'교실 이데아'
'아이들의 눈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
'영원'
...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널 지우려 해'
정말 최고의 음반이다.
'피가 모자라~'로 사탄설에 휘말려 방송활동을 얼마 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리엔셀러를 가뿐히 돌파했다.
이전까지 단지 아이돌 스타였던 서태지는 3집으로 생각있는뮤지션, 저항성 있는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얻게된다.


서태지와 아이들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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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지금와서 보면 4집은 정말 그저 그런
음반이었다. 어찌 보면 서태지 자신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확연히 드러낸 음반이다.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선보인 '컴백홈' (역시 사이프러스 힐의Insane in the brain의 표절시비가 있었다.)
그의 컴백쇼에 가요프로그램은 장장
1시간을 그에게 할애했다.
불과 2주만에 스타일을 싸그리 변신하고 나온 '필승' .... 또 다시 '1996,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때...', 김종서와의
듀엣곡 '프리스타일' 등등
당시에는 최고라고 생각했던 음악들, 그리고 최고라고 생각했던 음반이었는데...
완성도 높은 컨필레이션이라기보다는 한가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이것저것 건들어 보고 끝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                  GooD ByE!!!!(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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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했던 듯하다. 은퇴선언을 하고 얼마후 발매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베스트 앨범이었다.

앨범에서 서태지는 End가 아닌 And 라고 말했다.
지금 보면 미련의 끈을 남겨 놓았던 듯 하다.
지극히 상업주의적이기도 하지만...


좋든 싫든 서태지는 1996년 1월 31일 은퇴를 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은퇴 후에도 간간히 컴백하여 음반을 내며 문화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지키며
한동안은 꺽일 줄 모르던 서태지의 인기도 10여년이 지나면서 차츰 기억속에
가물가물 해져간다.
격세지감이라고 했던가. 그의 음악도 점점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다.

음악이라고는 가요밖에 모르고 그나마도 찾아 들을 줄도 몰랐던 당시 초딩은
이제는 겁없이 남의 음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댄다.
비록 서태지가 더이상 위대한 음악적 천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는 시대를 바꾼 10대들의 우상이었으며, 위대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성을 깍아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
'우리들만의 추억'과  Run-D.M.C.의 'King of Rock'
'교실이데아' 와 비스티보이즈의 'Pass the Mic'
'필승'과 Beastie Boys의 'Sabotage'
'take five'와
Smashing Pumpkins의 'Today' 를  듣고나서
여전히 그를 치켜 세울 수 만은 없다.

난 그가 의도적으로 표절을 했건 안했건 전혀 상관없다.
단지 서태지 역시 위대한 선배 뮤지션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 그는 더이상 나에게 있어 And가 아니다.
그는 당시 10대들의 우상이었지만... 지금 20대의 우상은 아니다.

어쩐지 조금 서글프다.




                                                 ~ ㅂㅌㅌㅐ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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