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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철원까지 3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시가지는 걷기가 어려워서 일부 버스나 기차를 타기도 했지만, 도보 여행이 맞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분이나 사건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걸으면서 많은 것을 고민했고 거기에 답을 '어느 정도는' 찾았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같은 코스를 또 걸어보고 싶다. 아직 그대로인가 확인해 보고 싶다.

 

↑ 아무도 없을 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아무렇지 않게 떠난다.

  "맞아. 한 번쯤은 해볼 만해." 다들 말하지만 격을 떨어뜨리는 말이다. 꼭 하고 싶다. 마음의 준비는 오랜 시간. 출발 후 심정은 불안, 긴장, 흥분. 아직 긴가민가하다. 자신감은 있는데 확신은 부족하다. 걸어보고 알 일. 첫날의, 처음의 설렘과 긴장을 즐긴다. 준비. 그리고 시작. 대장정을 위한 고속도로 타고 남해 간다.

  물건에서 사천. 무리해서 걸은 대가로 아픈 무릎과 물집 얻다. 찜질방 투숙. 힘들긴 한데 아무 생각은 없다. 아직은... 이기 때문에. 취침.

  사천 출발. 상태 거시기. 그래도 간다. 일단 걷기. 제일 shit은 무릎. 그다음은... 없음. 진주 통과. 촉석루 바람. 라면. 아주머니. 자두. 수박. 오미리. 할아버지, 할머니. 떡. 투숙. 대화. 고마움. 情. 편안함과 피곤함. 아픔은 제외, 생각 안 납니다. 모르는 일입니다.

  오미리 출발. 고마운 아침밥. 웃음. 배움. 건강하세요. 몸 상태 일부 제외하고 양호! 산청... 덥다...만! 열심히 도착. 꽤 오랜 휴식. 좋다.

  산청 출발. 한때 비. 그냥 걷다. 오후 한때 정자나무에서 휴식 중. 새끼발가락 물집. 발뒤꿈치 물집. 무릎 통증. 발목 통증. 발등 통증. 걷는데 방해요소. 없음. 대충 걸어짐.

  내 재산. 발. 수파스타.

  안의. 식사 중 숙박 해결. "예전 시골 인심이 아니야..."는 거짓말. 시골 인심이 원래 어땠는지 몰라도 "아직 시골 인심이란 게 있다"가 맞다. 아저씨. 첫 차량 탑승 대신 짐으로써 탑승! 편안한 취침.

  아침부터 점점 밍기적 댄다. 조심. 체력 저하와 상처. 준비. 출발. 가끔 받는 반가운 인사와 힘내라는 응원. 절로 웃음 나고 즐겁다. 힘. 힘. 힘.

  지금의 절기는 여름. 땀 나는 건 당연하지. 허허허.

  능양(웅양). 마을회관 투숙. 좋다. 빨래. TV. 잠. 힘든 여행. 힘들지 않다면 떠나지도 않았다.

  길에서 만난다. 여러 종류의 운송수단. 작은 생명체. 안내표지판. 마을. 그리고 사체. 나의 그림자. 작열하는 태양,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는 많은 것을 죽인다.

  이번 여행에서도 여지없이 얻어낸 태양표 난닝구 빤쓰.

  지례면. 상부리 마을회관 투숙. 지저분 데쓰... 췌. 괴롭힌다. 뭐가? 물집과 통증, 파리!!! shit! 당연한 것이므로 pass!!

  아침 대강 컵라면으로 때우고 출발. 어제의 수술로 상태 호전. 허허. 또 가만히 보면 재밌다. 하루 온종일을 한 가지 일에 매달려 있는 건 힘든 일이긴 해도 이런 마음 편한 날이 어딨겠나. 한 가지만 하면 된다. 걷고.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목표 달성.

  눈감고 막간다. 막간다.

  김천 시내 도착. SPAVALLY. TAXI. 휴식일. 푹 쉰다. 오바.

  말리기.

  상주 들어가기 전 마을회관에서 취침. 깨끗하다. 9일째 끝.

  상주 통과. 암것도 없다. 아침 대충 때우고 걷다. 암것도 없다. 바람도 없고. 사람도 없고. 마을도 없고. 길과. 태양. 열. 땀.

  짱덥다. 짱.짱.짱.짱.짱.짱.짱 덥다! 짱이야!!!

  문경시 초입에 있는 여관 잡고 잔다. 더운 하루치고는 많이 걸었어도 아직 갈 길이 머네. 그건 둘째 치고, 돈이... 영... 오는 길에 고마운 사람들. 동네 구멍가게. 장례식장 사람들. 좋다.

  점촌 출발. 꽤 걸어야 함. 목표 달성. 아침부터 덥네. 일단 간다. 길. 몸 상태 양호. 근데 똥 매려.. ㅋㅋ 가자.

  땀으로 샤워하다.

↑ 대강 먹고 대강 쉬고 한참 걷고, 터널, 충북 입성. 신풍.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이장님. 트인 샤워실(내 맘대로) 꼬추까꼬 목욕하는 시원함과 스릴. 반복에 반복이어도 즐겁다. 힘든 시간은 천천히 간다.

합류. 더위. 똑같다. 충주. 고모 댁. 고맙습니다. 순댓국. 수박. 미애, 건목. 찜질방. 전화.

충주 출발. 멤버 셋. 일영 귀가. 부상. 경희 합류. 사과. 몸 상태 양호. 다리 저림. gogo gogo.

끊임없는 길과 태양.

  부상자 속출! 쉼터 부족! 식사 해결 난조! 뜨거운 날씨! 그래도 앞으로 가는 다리.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갑자기 생겨난 가벼운 즐거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의 사용.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훈련된 어 수 없는 감동의 기분.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의지.

  괜히 지루했던 하루. 얼마나 왔을까 싶고. 음악. 생극. 청년회관 투숙. 사는 법이 익숙해진다. 점점 끝나감이 느껴진다.

생곡 출발. 일기예보는 비. 실제 날씨는 맑음. 음악. 한다면 한다...

  어쩌구저쩌구해서 이천 외곽. 불가마싸싸우나.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이슈도 없고 별일도 없다. 잠자리 해결도 힘들고 비용도 좀 든다. 그래도 살아야 하므로 걍 잔다. 자... 자... 슬슬 정리해보자. 얼마 안 남았다.

  이천시내 통과 중. 범진 발목, 경희 물집. 해는 없고, 바람은 분다. 내일 서울 통과, 살짝 긴장. 도시는 차가 많다. 위험 요인. 사람의 눈길. 깜댕아 가자. 조급한 마음은 모든 걸 망친다. 천천히.

  내 생명줄.

  매연. 매연. 매연. 쿨럭 =3

내친김에 걸었다. 방법은 하나. 걸어가는 것. 성남 도착. 무리해서 걸었어도 결국 모두 다 버텼다. 올라올수록 잠자는 데 돈이 든다. 매연, 차, 위험한 도로. 도시가 좋지만은 않다. 편리에 물든 사람들.

  땀 냄새가 진동한다. 어느 아침이건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은 더 처진다. 말들도 없고 힘없는 목소리. 기운들 내라. 버스 타고 서울 관통. 의정부로 간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아무리 시간을 줘도 항상 나올 만한 소리. 생각할 시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생각은 끊이지 않으니까. 항상. 시간이 모자라.

  동두천. 그다지 흥미가 나지 않는다. 힘듦도 없고 의미도 없으니 이제 여행의 막바지. 더이상은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지. 목적 달성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당연히 가능한 거니까.

비. 때문은 아닌데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 그만 끝내자. 지금이 적당한 시간. 기차 타고 간다. 이도 의미 없음.

끝자락에서도 다시 돌아설 수 있다. 마음. 마음만. 이제 끝.

  이로써 여행은. 끝.

  언젠가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약을 밥 먹듯이 먹어야 하고 각종 의료기기가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거나 움직일 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쇠해 버리면... 살아야 할. 꼭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냥 가고 있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더워서 눈이 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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