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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시범아파트

KYOOSANG 2009. 4. 12. 23:22



2006년 처음 회현동 시범아파트에 갔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지입구에서부터 주구장창 따라다니면서 우리와 놀아주었던(놀아달라던?) 아이들이었다. 그 날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런 메모도 남겨두었다.



회현동 시범아파트에서 만난 아이들은
낯을 가리지 않는다.
커버린 나보다 훨씬 더 사람 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항상 대하는 낯선 사람을 맞이한다. 

로마에 가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이곳에 가서는 이곳아이들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200606
회현시범아파트
kyoosang






























































지금은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다. 다 떠난건지 추워서 안나온건지 몰라도 텅 비어있는 놀이터를 보니, 전자의 상황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이제 곧 철거될 아파트이기 때문에 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으러 방문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촬영이 이루어지면서 이미 불편함을 안고 살았던 주민들은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외지인의 방문과 몰지각한 행동들에 의해 많은 피해를 보고 살았을 것이다. 게다가 철거예정인 오래되고 지저분한 현재의 모습에 보상금 등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등 내세울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외부인의 출입은 주민들의 신경을 더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있을게 뻔하다. 이날 사진기를 들고 있는 여러 집단이 사진찍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모습을 보던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모두 쫓겨났다. 그 곳 주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기분나쁘고 신경쓰였을까.













회현 시범아파트의 공간은 언제 봐도 참 재미있다. 특히나 3개의 주동과 옹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은 이 단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초기 아파트가 지어진지 얼마 안됐을 때의 그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내가 느끼는 매력은 지금의 모습이다. 오랜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이 멋대로 증축하고 만들어낸 공간은 어지보면 실내도 아니고 실외도 아닌 요상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작은 골목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론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위요감을 주기에는 공간이 너무 작지만 계단을 통해 서서히 최하층으로 접근하다보면 큰 폐쇄감 보다는 안락한 분위기를 준다. 층층마다 장독대를 묻어두고 화분을 놓아둔 모습 등 주민들이 이 공간에서 활발하게 생활하고 대화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도 궁금하다. 

지형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져야 했던 구름다리와 주동으로 둘러싸인 공간, 놀이터의 거대한 옹벽 들은 오히려 회현동 시민아파트를 더 매력있게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어줬다. 사실 이런말은 어찌보면 억지스럽기도 하다. 지저분하고 오래되고 위험한 아파트가 뭐가 좋을까.

근데 난 좋다. 타워펠리스보다 인간적인 여기가 더 좋고, 살고싶다.
그래서 철거가 너무 아쉽다.
철거의 이유가 '안전'이 아니었다면 아마 철거하자고 도장찍은 사람들을 한 껏 욕했을꺼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제 사진기들고 이곳에 그만 가야겠다. 이제 그만 괴롭혀야지.
주민들께 죄송하다.







200904ⓒkyoo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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