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변 시설을 모두 포함한 정식 명칭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http://www.komacon.kr/komacon/)인가보다. 만화박물관(http://www.komacon.kr/museum/)은 그 중 하나의 시설이다.
부천은 만화, 영화, 오케스트라 등 문화 컨텐츠를 중심으로 서울의 위성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왔다.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다수의 박물관을 만들어내면서 성과를 기대했지만, 초기의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였다고 본다. 만화를 모티브로 하는 거리라던가 소장물이 적은, 이름만 박물관인 곳들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시도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10년 가까이 꾸준히 시의 이미지를 끌고가다보니 점점 성과가 보이는 듯도 싶다.
내가 시민으로서 느끼고 있는 성과들을 꼽아보자면, 검증된 실력을 지닌 오케스트라를 유지하고 있고, 국제적인 규모의 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또한 각종 박물관들은 점점 전문성을 가지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곳곳에 꾸준히 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도시 전체에서 '문화도시'를 느끼기는 힘들지만 이정도면 별점 다섯에 세 개쯤은 주고싶다.
특히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아직 국제적인 행사라 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로 인해 알게 된 만화박물관(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의미하기도 하겠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대로 된 노력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과연 이곳에서 만화에 대한 지원이(공간, 경제, 지식, 교류 등의 차원에서) 초기의 사업목적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더 깊게 살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겉모습은 출중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넓은 부지를 차지하며 서있는 시설들이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고, 내부 공간 또한 흥미로운 동선을 가지고 있어 규모나 외관만으로도 이 분야의 본거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거의 완성되어가는 상동호수공원, 야인시대세트장, 아인스월드, 웅진플레이도시 등이 입지한 거대한 문화 지구의 형성 또한 이러한 역할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을 보인다.
과거 부천시에서 둘리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면서 만화도시를 외치기 시작했을 때, 서울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꾸려서 무섭게 견제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서울에서 안하는게 도대체 뭐니). 현재 서울에도 국제적인 애니메이션과 만화관련 축제가 있는 것 같고, 남산에 애니메이션센터도 있었던 것 같다. 서로 협력하면서 만화산업을 키워가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천이 대한민국 만화 중심지라는 이름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설의 측면에서는 충분히 좋고 더 좋아질 것이 확실하니 이제는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담아 만화를 하는 사람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모아야 하겠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너무나도 힘들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선생님들과 만화가를 꿈꾸는 박재범 같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만화를 위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웹툰과 더불어 다시 옛날 보물섬, 아이큐점프 같은 주간, 월간지가 철철 넘쳐났으면 좋겠다. 결국 이게 나의 결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