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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있는 일본식 술집이다. 저녁을 먹은 식당 옆에 있는 술집인데, 사실 그 밥집의 선택이 이 집 때문이었다. 밥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밥 먹고 저 집 가서 술 퍼먹자고 정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밥을 먹고 이 집에 갔다. 들어가면 일단 좁고 어둡다. 여기저기 손님이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많이 붙어 있는데, 그냥 봐도 거기 가장 많이 그려진 얼굴이 이집 주인인 것 같다. 육칠팔구십년대를 주름잡은 롹, 메탈 음악이 연속으로 주우우욱 나오는데, 마음에 안 드는 음악은 주인 아저씨가 그냥 넘긴다. ㅎㅎㅎ 오아시스 노래를 그냥 넘겨서 짜증 났다. 하여튼. 우리는 거기서 꽤 많은 안주와 술을 먹고 마셨다. 제일 맛있을 것 같던 바나나 튀김은 안 된다고 퇴짜 맞고, 닭꼬치를 시켰다. 닭꼬치는 조금 물러서 식감이 별로였고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타코와사비는 너무 시큼했다. 주연이한테 혹시 쉰 건 아닌가 물어보기도 했다. 쉰 건 아니란다. 또 뭘 먹었나. 사시미를 먹었는데 적당한 물고기 맛이었다. 또 뭘 먹었나 안 먹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우동이랑 초밥을 먹을걸 그랬다. 근데, 음식이 맛없으면 어때. 걍 술만 쭉쭉 들어가면 되지. 맞다. 맛이 없었는데 반가운 음악 속에서 맥주고 사케고 쭉쭉쭉쭉 들이켰다. 그날 서촌 간 건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맛없어도 요리 더 시키고 술 더 펐을 거였다.
서촌 가면 또 갈 거다. 굿.
2015 kyoo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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