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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겨울에 처음 남이섬을 갔었다. 그때 눈이 아주 많이 쌓여 있었다. 선착장에도, 메타세콰이어 길에도, 넓은 잔디 벌판에도 온통 눈이었다. 그땐 사진에 관심이 없던 때라 사진 한 장 안 찍고, 매서운 강바람과 싸우다가 다음 배를 타고 바로 나왔다.
그다음엔 제대 후에 갔었는데, 유령의 집 같은 게 있었고, 영업은 안 했지만 수영장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동네 구멍가게 같은 게 매점이었고, 타조는 자유분방하게 풀어 키웠었던 걸로 기억한다. 넓은 잔디 벌판에 돗자리 깔고 엎어져 있었는데, 곳곳에 야유회 나온 직딩 그룹이 뜀박질하고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었다. 가물가물하지만 출장 부페도 봤던 것 같다.
그다음은 대학 졸업할 때 쯤 혹은 그 전의 여름. 무쟈게 더웠다. 그땐 일행이 많아서 미친 듯이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면서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턴가 남이섬에 이것저것 넣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안에 호텔도 있다는 소리도 있었고, 갤러리도 넣고 테마공원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드라마 때문에 거기가 유명하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전까지 남이섬은 단지 첫사랑 부모님의 데이트 장소였었다.
그리고 직딩때, 토이매니아 춘천인가 가평 엠티때였나, 일행이 남이섬 가자고 해서 갔다가 주차장 초입까지 늘어선 줄을 보고 식겁해서 거지 흉내 내는 사진과 지드레곤 패러디 사진만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다. 그땐 번지점프대가 올라가 있었지.
총 네번인가.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네번이네. 그럼 이번이 다섯번째다.
이전의 기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름도 나미나라공화국이라고 한다. 이렇게 바뀐지도 오래됐다. 남이섬을 대표하는 기차와 긴 가로수길, 잔디 벌판은 그대로다. 거기에 다양한 문화가 추가되었다. 박물관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 많은 야외 전시가 있었고, 여러해동안 문화축제와 락페스티벌도 했나보다. 작은 섬을 참 알차게 잘 사용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녹지가 풍성하다. 물을 적절히 사용해 이색적인 경치를 만들었고, 건축물도 예쁘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흔히 있을법한 음식 값에 바가지도 안 씌워놨다. 오그라들지만 드라마 촬영의 흔적을 기념하는 장소도 귀엽게 봐줄 수 있다. 뭐 이만하면 잘했다고 칭찬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은 좋다. 나무가 많고 넓은 벌판이 있어서 좋다. 처음 갔을때부터 좋았다. 이곳을 가보지 못한 주변의 사람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하겠다(몇 가지 감수해야 할 것도 있지만).
강변으로 별장이라는 걸 짓고 있던데 어서 다시 가서 곧 가서 물소리 들으면서 엎어져 별사진찍고 싶다.
201304ⓒkyoosang
Nikon F100
Tokina 19-35, Nikkor 50 1.8d
Kodak proimage100, Fuji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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