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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 문학이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아! 문학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것인가? 좋은 문학, 좋은 소설이 있다면 그게 어떤 건지 좀 알아 놓아야겠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극찬을 받는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명확하지 않고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느낀 게 바로. '좋은 작품을 내가 잘 못 알아보는구나.' 책을 읽고 나서도 영화에서 느낀 것처럼 뭐가 뭔지 어수선하고, 전체적으로 체계가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인 존 르 카레는 전 세계인이 인정한 거장이니 내가 부족한 거라는 건 분명하다.


이 소설은 스마일리라는 귀여운 이름의 주인공이 영국 비밀 정보기관에 잠입한 소련 스파이를 잡아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스마일리는 집단 내에서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해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다닌다. 관련된 많은 기밀문서를 찾아내 읽고 분석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스파이가 누구인지 확신해간다. 그리고 잡는다.


이런 요약된 스토리를 보자면 명쾌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실제로도 다 읽고 나면 `재미있다`고 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는 과정에선 재미있지 않았다. 이런 갑갑함의 원인은 아마도 이중스파이를 나도 함께 잡고 싶다는 감정이입 때문인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해 봤는데 그게 확실한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이 소설을 탐문 추리 소설처럼 읽고 있었거든.


이 소설은 39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33장을 다 읽을 때까지는 앞에 이야기 한 것처럼 소설에 대한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34장부터 눈이 뜨이고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서부터 스마일리가 러시아 스파이를 잡아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제 조사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누가 스파이인지는 명확하다. 스마일리는 자신의 오랜 추적 조사로 스파이를 찾아냈고, 나도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왜 그 사람인지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건 나중에 작가가 말해줘서 알았다(말해주기는 했던가?). 


스마일리의 탐문과정을 통해 영국 스파이의 세계, 러시아와의 적대적인 관계, 사람 간의 관계 등 그 시대의 많은 정보는 말해주고 있는데, 나로서는 그것만 가지고서 도저히 누가 이중 스파인지를 증명해 낼 수가 없었다. 이게 원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누가 어떤 증거와 흔적을 남기고 그걸 주인공이 찾아내면서 독자에게 제공하고 독자는 그걸 토대로 범인을 찾아내지만 사실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는 반전, 그런 흔한 추리소설을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책은 그게 아니었고, 그게 마음에 안들었던 거다.


웃기지도 않게 책을 다 읽고 역자의 설명을 보면서 아 이책은 그렇게 보는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스파이의 세계를 소재로 하면서 학교, 가족, 직장에서의 사람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아, 난 이 소설이 학교, 가족, 직장에서의 관계를 이용해서 스파이 세계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소설도 종류에 따라 읽는 법이 따로 있나보다.


누군가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방법을 달리하면서 소설을 읽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처럼 어떤 고정관념 같은 걸 가진 사람은 그 방법을 익혀야 더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소설 안 읽은 티가 나는건가. 좋은 소설을 한낱 못 쓴 추리소설로 생각하고 읽었으니 이제 관점을 달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우. 나도 한 번 대작을 느껴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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