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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조선 시대의 우리나라 도시가 어땠나 감이 잘 안 와서 이책 저책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이 이것.

새 책은 팔지 않길래 중고로 사서 봤다. 중고 책이라니..


1900년대 초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판을 치고 있을 시기에 종군기자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아손이라는 스웨덴 기자가 일본으로부터 취재를 거부당하고 할 일이 없어 조선으로 배 타고 들어온다. 기자 신분이라고 하면 당연히 빠꾸 맞을 것 같아서 상인이라 속이고 부산항으로 들어왔는데, 때마침 경부선 철도의 개통 날과 맞아 떨어져 첫 운행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겪은 좌충우돌 에피소드들과 당시의 도시 풍경, 조선인의 특성, 일본인의 특성, 외국인이 바라보는 조선의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정도가 네이버식 줄거리 소개.


가장 궁금했던 것이 그때의 도시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는 풍경들은 감이  오지 않고, 사진들을 열심히 들여다봐도 알듯 말 듯 하다. 내가 원하는 느낌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그 시대에 사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싶은 정도인 것 같다.


이 책이 반 정도는 채워 줬다. 생각지도 못한 게 있었는데,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모습들은 너무 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작가가 느낀 조선의 첫인상을 보고 깨달았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유럽 도시보다 건물이 작고 초라하다, 거리는 더럽고 담벼락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에서 꺼먼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냄새가 나고 연신 트림을 해댄다는 정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 놓았던 것 같다. 작가가 찍은 사진만 봐도 더러워 보이는데 설명까지 들으니 더 감이 온다.


이 밖에도 도심의 대로와 감옥, 교외, 궁궐 등 곳곳을 여행했고, 조선사람들의 게으름, 일에 대한 기피(직업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호기심, 정, 겁 등의 특징과 관습이나 관례, 미신에 대한 맹신 등을 재미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제법 많은 정보를 얻었다. 가끔씩은 열 받을 정도로 우리 조상을 비화하기도 하지만 이런 미화되지 않은 보이는 대로의 모습을 기록했다는 것에 의미가 커 보인다. 별건 아니지만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조선을 안쓰럽게 생각해 줘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에혀.


금방 재미있게 읽었다. 몰입. 그나저나 이 사람은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읽힐 수 있다고 생각이나 해봤을까. 100년 전이라니. 번역 과정에서 얼마나 다듬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세련된 문체와 묘사에 놀랐다. 그리고 그 시대 사람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데도 놀랐다. 은연중에 그 시대 사람들을 원시인 취급하고 있었나 보다. ㅎㅎㅎ


그 시대에 대한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데, 그걸 최대한 도와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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