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동네를 모르고 가면 그 안의 유명한 곳을 많이 놓친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유명한 장소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면 아쉽다. 근데 사실 그렇게 많이 아쉽지는 않다. 좋은 동네가 참 좋은 게, 별로 안 유명한 곳을 헤집고 다녀도 재밌다. 뭐 딱히 볼 건 없는데, 슬슬 수다 떨면서 걷기 좋다. 그러다 보면 사진에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곳도 꽤 있다. 그냥 그러고 놀다가 맛있는 음식 먹고 맛있는 술 먹고 집에 가면 좋은 날이지. 서촌의 중심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되는 골목. 곡선이라 건축물 입면이 많이 보이면서 위요감 변화감이 느껴진다. 통인시장 근처 골목. 시장에서 먹을 걸 사고 그지같이 먹으면서 다닌다. 좁은 골목. 길이 좁고 벽의 면적이 커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이름이 스타벅스 프로즌 드링크 메이커란다. 요샌 다 영어야. ㅉㅉㅉ 주연이가 이상한 컵을 사 왔길래 또 쓰잘데기 없는 걸 사 왔다고 구박했는데 그게 무색하게 내가 많이 쓰고 있다. 구박해서 미안. 컵을 오래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음료수를 넣으면 쉐이크 같이 된다. 원리를 이해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실제로 컵 안에서 그렇게 되니 신기하다. 자꾸 해먹게 된다. 이걸 넣어볼까, 저걸 넣어볼까 고민하는 것도 재미다. 언젠가는 예거를 넣어볼 꺼다. 오렌지 주스랑 망고 주스랑 섞어서 넣었는데, 엄청 맛없다. 퉤.
관심을 가졌던 건 외관과 공간 구성이었는데, 외부는 전혀 둘러보지 못했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축물을 문화 예술의 분야에 활용하는 전 세계적인 유행을 따라가고 있어 나름 멋있다. 모르긴 해도 부수냐마냐 싸우고 싸웠겠지. 그런 걸 떠나 한 가지 좋은 건 보행로에서 바로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옷가게 들어가듯이, 슈퍼마켓 들어가듯이, 카페 들어가듯이 길을 걷다가 쑥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걸 보행 공간과 유기적이다라고 하나. 대형 미술관과 박물관은 도로에서 전시장까지 접근하기 위한 거리가 너무 멀다. 여기는 도로와 가까운 입구가 있지만 그 입구 말고 다른 입구도 또 있다. 이 입구로 들어가려면 여느 대형 미술관처럼 광장을 거친다. 여기서는 마당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근데 그 광장으로 들어서..
서울 도심의 건물군의 모습은 큰 특징은 없는데, 그렇다고 꼴보기 싫은 건 아니다.가까이에 있는 건물과 멀리 있는 건물이 몇 겹으로 곂쳐 보이는 게 좋다.그런 경관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서울역 인근 삼청동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보면, 저 멀리 서너번째 건물까지 차례차례 보인다. 그래서 단조롭지 않다. 세종로 광화문 건너기 전에 남쪽으로 보면, 도로와 광장이 넓어 비율이 제법 괜찮다. 경복궁에서 종로쪽 고층 빌딩군을 보면, 좌측 장벽을 이루고 있는 새 건물들 높이가 우측 건물군에 비해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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